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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테러리스트 아닙니다" 한국서 3년, 한 예멘 난민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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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8.03 09:30 조회 1,203

"공장서 일하며 올림픽 응원"
아흐메드의 한국 생활


도쿄올림픽은 지난 2016년 리우올림픽에 이어 난민대표팀이 참가한 두 번째 올림픽이다. 주로 내전을 겪고 있는 11개국 출신 선수 29명이 12개 종목에 참가했다. 개막식에서 오륜기를 든 난민대표팀이 그리스에 이어 두 번째로 입장해 주목받았다.




3년 전 여름 국내에선 '난민 이슈'가 전국적 관심을 끌었다. 561명의 예멘인이 무사증 제도를 이용해 제주도로 입국했기 때문이다. 그해 6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난민 신청 허가 폐지' 청원이 올라왔고 1주일도 안 돼 20만명 넘게 동의했다. 일각에선 이들이 무슬림으로 테러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제주도민과 시민단체들은 "과장된 두려움"이라고 반박했다.



3년 전 입국한 예멘인 중 2명만 난민 인정

당시 예멘인 484명이 난민 신청을 했고 언론인 출신인 단 2명만 난민 인정을 받았다. 412명은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았다. 인도적 차원에서 임시 체류를 허용하는 제도다. 난민과 같은 사회보장 혜택은 못 받지만, 생계를 위한 취업 활동은 가능하다. 3년 전 제주에 도착한 예멘 청년 아흐메드(28)는 이들 중 하나다. 예멘의 한 대학에서 영어 통번역을 전공한 그는 유창한 영어로 당시 국내 취재진과 예멘인들의 소통을 돕기도 했다.


기자는 지난해 서울 서초구의 패스트푸드점에서 우연히 그를 다시 만났다. 당시 서초구의 피자 가게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그가 한국에서 보낸 3년의 세월은 어땠을까. 현재 경기도 내 한 공장에서 일하는 아흐메드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올림픽에 난민팀이 있는지도 몰랐다"면서 "주변 사람들과 한국 양궁 대표팀을 응원하며 올림픽을 즐기고 있다"는 근황을 전했다.

아흐메드는 3년 전, 5월 5일 제주에 도착했다. 이날이 한국에서 '어린이날'이라는 건 한참 뒤에 알았다고 했다. 그는 예멘 남서쪽 도시 이브에서 태어나 자랐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6년 2월부터 당시 교전 지역인 이브 인근에서 부상자와 피난자를 위한 의료를 지원하기도 했다. 아흐메드는 내전을 피해 말레이시아를 거쳐 친구들과 제주에 왔다고 주장했다.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다. 형제들과 친척들은 미국과 스위스, 터키, 예멘에 살고 있다고 한다.


"최저시급 노동, 여전히 인종차별 겪어"
그는 제주에 있을 때 "논쟁의 한 가운데 예멘인들이 서 있었다"고 회상했다. "제주에서 직업 박람회를 통해 어업과 식당 일자리를 구해줬지만, 고용주는 우리를 노예처럼 대했다. 열악한 숙소에서 동물보다 못한 대우를 받았다. 감정과 생각이 있는 존재로 우릴 대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과 지원단체에서는 쉼터와 음식, 건강 검진, 한국어 교육을 제공했다고 한다. 그는 "감사함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이후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그는 더 나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2년 반 전 서울에 왔다. 적응을 돕던 난민 단체 관계자가 소개한 일자리였다.
"2년간 지점을 옮겨 다니며 일했다. 하루 11시간씩 일하며 최저 시급을 받았다. 매장에서 유일한 외국인으로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한국어 실력이 빨리 늘었다. 지점에 적응하면 다른 지점으로 옮겨가는 건 힘들었다.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동료들과 친해졌지만, 여전히 인종차별이나 무슬림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있었다."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보는 시선 여전해"
어떤 편견이냐고 묻자 그는 "여전히 나를 잠재적 테러리스트나 강간범으로 보는 일부 시선이 있다"고 했다. "예멘이 한국과 다른 문화권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서로 알 기회가 없던 건 안다. 하지만 무슬림에 대한 일부 극단적인 보도가 오해와 편견을 만들었다. 나는 이슬람교를 포교하거나 설득할 생각이 전혀 없다. 예멘인들도 테러와 IS를 두려워한다. 모든 무슬림이 테러리스트는 아니다."

그는 한국에서 보내는 세 번째 여름이 유독 덥고 힘들다고 했다. 찜닭과 닭갈비, 떡볶이 등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셀 수 없다고 했다. 한국에서 한국인 여자친구도 만나게 됐다. 그가 기쁠 때나,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차별의 시선으로 슬플 때도 곁에서 힘이 되어주는 이라고 했다.


"한국에 감사하나 편견과 혐오 사라졌으면"



아흐메드는 더 많은 급여를 위해 경기도 내 제조업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동료 중엔 예멘인도 있다. 그는 "예멘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영어와 아랍어를 유창하게 하지만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며 "번역 일을 하거나 아랍어를 한국어로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코로나 19가 종식되고 예멘의 내전도 종식되어 하루빨리 가족들을 만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3년 전 예멘인들을 테러리스트나 범죄자로 보는 분위기가 있었다. 3년이 지났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미국 등에서는 아시아인에 대한 편견이 있고 혐오 범죄도 있다. 이것은 당연히 옳지 않고 한국인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똑같이 그런 일이 일어난다. 나는 한국에 감사하지만, 예멘인들도 똑같은 인간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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