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온도④ 폐기물처리업체 노동자
“악취 민원에 쪽문도 못 열게 해”
두꺼운 작업복에 팔토시·장갑…
환기 안돼 여름엔 최악의 고통
혐오시설’이라는 딱지를 안고 사람들의 눈을 피해 지하로 내려간 폐기물 처리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이들은 마스크를 뚫고 들어오는 악취를 참아내며 하루 약 40t씩 쏟아져 내리는 재활용품과 전쟁을 치른다. 창문 하나 없이 땅밑에서 일하는 이들에겐 무더위와 높은 습도를 견뎌야 하는 여름이 최악의 계절이다.
다른 계절도 고되긴 마찬가지이지만, 일하는 이들에게 여름 노동의 가장 큰 걸림돌은 악취와 높은 습도다. 재활용 선별이 주된 업무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로 막대한 양의 일반쓰레기와 음식물쓰레기가 선별소 컨베이어 벨트 위로 올라오는데, 여기에서 생기는 악취와 유해물질을 밀폐된 지하에서 밖으로 내보내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곳에서 3년째 일하는 이아무개(49)씨는 “악취가 외부로 빠져나가면 주민들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 어떤 날엔 냄새 때문에 밖으로 향하는 쪽문도 못 열게 해서 이 공기를 고스란히 우리가 마시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야외 폐기물 수거장과 달리 지하 처리장 환경을 개선하려면 외부 공기를 안으로 빨아들이는 흡기와 내부 공기를 내보내는 배기가 고루 이뤄져야 하는데, 악취 문제로 환기 자체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폭염은 이런 지하 현장의 노동강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두꺼운 작업복 두른 채 종일 허리를 숙이고 움직이다 보면 선별소 안에 놓인 소형 에어컨과 벽걸이 선풍기로는 더위를 식힐 수 없다. 선별장에서 2년을 일한 여성 ㄴ(60)씨는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쓴 채 (작업복 위에) 비닐 앞치마를 쓰고 토시를 껴야 한다. 얇은 걸 끼면 쓰레기 때문에 팔이 금방 가려워져서 두꺼운 걸 (쓴다). 장갑도 일반 면장갑에 코팅 장갑 두 개를 겹쳐 껴야 유리나 칼에 찔리지 않는다”며 “땀 때문에 마스크부터 속옷까지 온몸에 딱 붙어 떨어지질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 30일 오후 2시 20분 기준으로 선별장 내부를 측정해 보니 온도는 28.8도를 가리켰지만, 이곳 노동자들은 높은 습도(68%)와 두꺼운 복장 탓에 체감 온도가 훨씬 높다고 털어놨다. ㄴ씨와 한 공간에서 일하는 ㄷ(37)씨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목에 난 땀에 유리 조각이 들러붙었는지 퇴근 후에 옷을 갈아입다 보면 유리 조각이 방바닥에 떨어져 있는 경우도 있다”라며 “탈진해 구급차에 실려 간 적도 있다. 같이 있던 언니(동료)들이 휴게실로 내가 올라오질 않는 걸 보고 119 신고를 해 줬다”라고 전했다.
사실상 주 6일 근무체제로 돌아가는 이 업체 직원들은 대다수가 50대 중반에서 60대 초반이다. 약 8시간을 지하에 있다가 비로소 바깥으로 나오는데, 퇴근길엔 대부분 칼칼한 목과 어깨, 허리 통증을 호소한다. ㄹ씨는 “이 일을 시작한 뒤로 어깨 통증 치료를 받게 됐다. 목이 아프다는 사람도 많지만 병원에 가려면 또 반차를 써야 하니까…”라며 말을 흐렸다. 아이를 키우는 ㄷ씨도 “여기엔 온몸에 파스 안 붙인 사람이 없다. 내 경우엔 체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집에 가면 다시 살림과 육아가 기다린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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