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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긴 성착취물만 3449개…'사부' 따라 10대만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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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8.03 09:39 조회 1,189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유포 등의 혐의로 신상공개가 결정된 배준환(38)이 지난해 7월17일 제주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 배준환은 피해자에게 죄송하다고 짧게 답했다. 2020.7.17/뉴스1 ⓒ News1 고동명 기자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경남에서 유통업을 하던 배준환(38)은 2018년 어느 날, 회원제로 운영되는 국내 한 불법 음란사이트에서 A씨(30)를 처음 만났다.

생각 보다 둘은 꽤 잘 통했다. 평소 서로 미성년자의 성을 매수한 이야기를 주고받거나 남몰래 갖고 있던 불법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주고받으며 친분을 쌓았다.

A씨가 얼마나 많은 노하우를 전수해 줬는지 배준환이 A씨를 '사부'라고 부를 정도였다.

그렇게 배준환이 본격적으로 범행을 저지르기 시작한 건 이듬해인 2019년 7월부터다.

전직인 영어강사를 줄인 '영강'이라는 닉네임을 내세운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알게 된 미성년자를 표적으로 삼은 뒤 립스틱 교환권, 카페 상품권 등 각종 모바일 상품권을 선물하며 환심을 샀다.

그러나 그 대가는 참혹했다.


배준환은 노출 수위가 높을 수록 비싼 모바일 상품권을 지급하는 소위 '수위 미션'을 하자고 회유해 피해자들로 하여금 직접 나체 사진 등을 촬영해 보내도록 했다.

한 번은 자신의 닉네임인 '영강'이라는 글자를 적은 종이를 옆에 두고 신체가 드러난 사진을 촬영해 보내게 하는 소위 '인증샷'까지 요구했던 그다.

심지어 그는 피해자들과 직접 만나 성관계 등을 하면서 피해자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휴대전화 카메라로 그 장면을 몰래 촬영하기도 했다.

A씨로부터 한 미성년자를 소개받기도 했던 배준환은 2019년 12월부터 두 달간 이 미성년자를 상대로 무려 열두 차례에 걸쳐 10만원을 대가로 성을 사는 행위까지 벌였다.

배준환은 이에 대한 보답으로 A씨에게 두 차례나 미성년자 성매매를 알선하기도 했다.

그는 "저인 듯 이어서 작업 치시겠어요?", "같이 산부인과에 가서 병원비를 내 주면 성관계를 해 줄 아이가 있어요" 등의 말과 함께 A씨에게 피해자들의 사진을 보냈고, 이에 A씨는 외모 평가와 함께 "저는 충분히 냠냠 가능합니다" 등의 말로 이에 응했다.



배준환은 이 같은 범행 수법으로 확보한 미성년자 성착취물과 온라인에서 내려받은 미성년자 성착취물 총 3449개를 피해자별, 날짜별 등으로 분류한 뒤 USB와 외장하드, 휴대전화 3대에 각각 나눠 저장했다.

설상가상 그는 이 가운데 1023개(29.6%)를 보안성이 높은 SNS인 텔레그램 이용자에게 공유하거나 회원제로 운영되는 불법 음란사이트에 게시하는 방식으로 무차별 배포하기도 했다. 황당하게도 여기에는 '영어강사의 XX 이야기 #1' 등의 연재물도 포함돼 있다.

이 때 배준환은 상당한 과시욕에 빠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그는 자신의 게시물에 자신을 추앙하는 댓글이 달리면 일일이 캡처해 따로 정리해 둘 정도로 좋아했었다.

배준환 측은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은 n번방 사건 피고인들과 달리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을 뿐 아니라 금전적인 수익도 얻지 않았다"며 "특히 피고인의 혐의는 검거 당시 경찰과 언론에 의해 짜인 프레임에 갇혀 과장됐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원심 재판부인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와 항소심 재판부인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형사부(재판장 왕정옥 부장판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배준환에게 각각 징역 18년, 징역 16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형사부는 "피고인이 초범이고, 일부 피해자와 합의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 수와 피해의 정도, 범행으로 인한 사회적 해악의 정도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을 엄히 처벌하고 장기간 사회에서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중형 선고 배경을 밝혔다.

배준환 측은 이 같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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