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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 아저씨에게 90도 인사 시키기, 갑질입니다" 한 학생의 일침
  • 대구정플라워 실버 파트너스회원
  • 2021.08.04 12:58 조회 1,520


수년 전 부산의 A아파트에서 경비원에게 매일 아침 출근하는 주민들에게 안부 인사를 시킨 사실이 알려져 갑질 논란이 인 적이 있었는데요. 당시 거주민 중 한 학생이 게시한 호소문이 최근까지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호소문을 작성한 학생은 아버지뻘의 경비원이 어린 자신에게까지 연신 배꼽인사를 건네는 모습에 왠지 모르게 죄송한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 아침인사는 '출근시간에 경비가 인사를 건넸으면 좋겠다'는 일부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였는데요.

이에 화가 난 학생은 호소문을 통해 "이 안건을 제시한 분들은 본인 생각이 얼마나 짧은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존중받고 싶으면 남을 먼저 존중하라"고 일침을 날렸습니다. 당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경비원들이 자발적으로 인사한 것”이라고 해명함과 동시에 경비원들의 아침 인사를 중단시킨 바 있습니다. 

사연이 재조명되자 누리꾼들은 이 학생의 용기 있는 행동을 칭찬하는 한편 인사를 요구한 주민들에게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이 상황, 법적으로 보면 어떨까요?

◇인사도 경비업무 중 하나일까?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주민들의 갑질은 꾸준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돼 왔습니다. 일부 몰지각한 입주민들은 경비원에게 부당한 업무를 강요하거나 이를 따르지 않으면 폭언, 폭행까지 일삼곤 합니다.

'인사 강요'가 갑질인지 여부를 따져보려면 우선 경비원의 인사가 법적인 경비업무에 포함되는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작년까지 아파트 경비원은 경비업법상 시설경비로 분류됐습니다. 시설경비업무에는 도난이나 화재, 그밖의 혼잡 등으로 인한 위험발생을 방지하는 일 등이 포함되는데요. 이에 따라 경비원에게 분리수거나 주차 관리 등 경비 업무 외의 일을 지시하면 형사처벌을 받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법에 경비 업무가 정해져 있다고 해서 경비원들이 아파트 내에서 발생하는 크고작은 일을 매번 거부할 수만은 없는데다가, 계속 업무를 제한하기만 하면 아파트 경비원의 고용 안정성까지 저해돼 대량 해고가 예상된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이런 의견을 반영해 지난해 10월 공동주택 경비원에게 
경비업무 외에도 공동주택 관리에 필요한 주차, 청소, 택배보관 업무를 허용하는 내용의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됐습니다. 즉 업무 자체는 일반 건물 경비와 사뭇 다른데도 법적 분류가 명확하지 않았던 아파트 경비원을 위한 경비업법 적용 제외 규정이 신설된 거죠. 

이에 따라 아파트 경비원의 업무는 △청소 등 환경 관리 △재활용품 분리 배출의 정리와 단속 △위험 및 도난 발생 방지를 위한 주차 관리 △택배 물품 보관 등으로 규정됐습니다. 그러나 대리 주차나 택배 배달은 정당한 업무 범위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A아파트 경비원이 주민들에게 행했던 아침 안부인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경비원들에게 인사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폭행이나 협박이 동반됐다면 강요죄, 아침 인사가 경비 업무에 큰 지장을 줬다면 업무방해죄 적용을 각각 검토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폭언 없이 회의 내용을 전달했고 경비 업무를 고의적으로 방해할 생각이 없었다면 실제 처벌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경비원 갑질 문제' 해결방안 실효성은

입주민 갑질로 힘든 경비원들이 본격적으로 법적인 보호를 받게 된 건 지난해부터입니다.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입주민의 괴롭힘을 이기지 못한 경비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함에 따라 아파트 자체적으로 갑질을 규탄해야 한다는 여론이 생겨났는데요.

그 결과 올해 1월부터
 공동주택 관리규약에 경비원 등 근로자에 대한 괴롭힘 금지 사항을 반영하도록 하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됐습니다. 각 시·도지사는 경비원에 대한 괴롭힘 발생 시의 신고방법이나 피해자 보호조치,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을 주면 불법이라는 내용을 담아 관리규약 준칙을 개정했는데요. 이에 따라 각 아파트들도 관리규약에 경비원 괴롭힘 금지 규약을 신설했습니다.

다만 이 법에는 한 가지 맹점이 있습니다. 경비원 갑질의 당사자는 대부분 입주민인데, 신고를 받거나 갑질 당사자의 처분을 결정하는 곳도 입주민대표회의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별도의 경비원 갑질 피해 신고처를 마련하거나 주기적으로 각 아파트에 근로감독관이 감사를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합니다. 

아울러 갑질을 행한 당사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따로 정해지지 않은 것도 문제로 꼽힙니다. 현재로서는 바뀐 법에 따라 관리규약을 수정하지 않은 입주자대표회의가 벌금을 내도록 하는 조항만 존재하기에, 갑질 피해를 당한 경비원은 피의 입주민에게 따로 형사고소를 진행해야 합니다. 

아파트 경비원이 1~2년의 기간제 근로자라는 사실도 갑질 대응을 어렵게 만듭니다. 기간제법에 따르면 55세 이상의 계약직 근로자는 2년 넘게 일하더라도 자동으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지 않습니다.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매 계약 만료 때마다 입주자대표회의의 연장 여부 통보를 기다려야 하다보니 경비원들은 재계약을 위해서라도 갑질을 그냥 참고 넘겨버리는 일이 잦습니다. 경비원 갑질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 더욱 구체적이고 복합적인 법적 논의가 필요한 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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