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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복 앞둔 대구 칠성개시장 가보니…"우리라고 하고 싶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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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8.10 13:23 조회 1,441


말복을 하루 앞둔 9일 낮 12시쯤 대구 북구 칠성시장.


'개시장이 어디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야채를 손질하던 50대 상인은 "저쪽으로 쭉 가보라"며 후미진 시장 안 골목을 가르켰다.

그의 안내에 따라 골목 안으로 들어서자 '보신탕', '개소주', '건강원'이라고 적힌 간판이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족히 30~40년은 돼 보이는 허름한 간판이었다.

이곳은 '칠성 개시장'으로 불리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은 곳이다.

골목을 두리번거리던 기자를 보고 상인들은 "뭐 찾는데, 보신탕 한그릇 하소"라며 말을 건넸다.

한 보신탕 가게 앞에서 내부를 들여다보자 주인은 문을 열고 나와 경계 어린 눈빛으로 "뭐 땜에 그러냐. 한그릇 하소"라며 퉁명스럽게 물었다.

"한그릇에 얼마냐"는 묻자 "1만원"이라는 짧은 답이 돌아왔다.

꽤 넓은 가게 안에는 50~60대로 보이는 남성들이 드문드문 앉아 보신탕을 먹고 있었다.

경계심을 다소 푼 주인은 "요즘은 복날이라도 예전처럼 손님이 없다"며 "사람들이 자꾸 '미개하다', '잔인하다', '동물 학대다'고 해서 우리도 힘들다. 우리라고 이 일을 하고 싶겠나. 평생해온 일인데 어쩌겠느냐"고 했다.

다른 가게 앞에 서자 가게 입구 한쪽 냉동고 안에 가죽이 벗겨져 손질된 개고기가 보였다.

사진을 찍자 주인이 "뭐할라꼬 사진 찍느냐"며 큰소리로 역정을 냈다.

대구시에 따르면 현재 칠성시장 일대에는 건강원 10곳과 보신탕 업소 4곳 등 14곳에서 개를 식용으로 판매한다.

동물권이 공론화되기 전인 2019년까지만 해도 약 20곳이 영업하고 있었다.

개시장 안에 있는 도살장 2곳은 지난해 9월과 올해 3월 차례로 폐쇄됐으며, 최근에는 개를 가두는 이른바 '뜬장'도 철거됐다.

업소 14곳 중 칠성시장 정비사업 구역에 포함된 보신탕 업소 2곳과 건강원 1곳 등 3곳은 4년 이내 사라질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행정구역상 정비사업 구역에 포함되지 않은 건강원 9곳과 보신탕 업소 2곳 등 11곳은 업주가 스스로 업종 변경을 하지 않으면 영업을 계속할 수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업주들이 구청에서 정식 인허가를 받고 영업해 불법적인 요소가 전혀 없다"며 "현장에 나가 상인들과 이야기하며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전업 등을 종용하고 있다"고 했다.

권영진 시장이 "2020년까지 개시장을 정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개시장 폐쇄는 행정력과 법적 한계 등에 막혀 폐쇄가 더디다.

이런 분위기 속에 최근 몇해 동안 동물권행동단체인 '카라' 회원 등은 전국 개시장 전면 폐쇄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이 유명 전통시장을 돌며 '개 식용 금지' 목소리를 높이면서 개시장이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국내 3대 개시장 중 하나인 경기 성남시 모란 개시장은 개 식용 반대 움직임 속에 처음 문을 닫은 사례다.

성남시와 모란시장 상인회는 환경정비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2018년 모란시장 안에 있는 모든 개 도살장을 없앴다.

부산 구포시장도 2019년 7월 동물보호단체와 상인 등이 협의해 가축시장을 폐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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