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거 같은데, 몸에서 벌레도 나오고"…3살 딸 방치해 숨지게 한 엄마의 11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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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2 10:37 조회 1,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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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를 만나러 집을 나가 외박을 한 사이 혼자 방치된 3살 딸을 숨지게 한 30대 엄마 A씨가 지난 10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집에 온도는 보일러가 고온으로 올라가 있고, 애기는 숨을 안 쉬어요. 죽은 거 같은데 막 몸에서 벌레도 나오고…”

폭염 특보가 내려질 정도의 무더위 속에 3살 딸을 집에 혼자 방치해 숨지게 한 30대 엄마가 119 신고 당시 집에 보일러가 켜져 있었다고 말한 사실이 드러났다. 다만 경찰 조사에서 관련 정황이 나오지 않아 자신의 범행 사실을 감추기 위한 허위 진술일 가능성도 높다.

11일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에 따르면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와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구속된 A(32)씨는 지난 7일 오후 3시40분쯤 “딸이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했다.

앞서 딸 B(3)양이 숨진 것을 알고도 시신을 방치한 채 남자친구 집에서 며칠 동안 숨어 지내다가 다시 집에 들어와 신고한 것이다.

SBS가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119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당시 A씨는 “보일러가 고온으로 올라가 있고 아기가 숨을 쉬지 않는다. 죽은 것 같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애기 몸이 시뻘게 물도 먹여 보고 에어컨도 켜봤다. 아기 몸에서 벌레가 나온다”라고도 했다.

A씨는 119 상황실에서 응급처치를 안내하려고 하자 먼저 ‘아기 심정지’라는 말을 꺼냈고, 아이를 언제 마지막으로 봤냐는 질문에는 “어제 (봤다). 무서워서 어디로 신고해야 될지도 모르겠다”고 답했다. 또 신고 전날 밤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 것은 알았지만 무서워서 나가 있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도 “학대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했다.

경찰은 B양이 폭염과 보일러 가동으로 탈진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가스 사용량까지 조사했지만, 보일러가 켜졌던 정황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가 119 신고 당시 자신의 범행을 감추려고 허위 사실을 말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도 진술을 번복하는 등 제대로 협조하지 않았다.

A씨는 최근 인천시 남동구 한 빌라에서 딸 B양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 사이 집을 나가 외박했고 귀가 후 이미 숨진 딸을 발견했지만, 곧바로 119에 신고하지 않고 남자친구 집에서 외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에게 아동학대살해죄와 사체유기죄를 적용할지 검토하는 한편 B양의 정확한 사망 시점과 사인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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