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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뉴스] 몸이면 성범죄, 옷은 재물손괴…외신도 조롱한 '韓 정액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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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8.20 09:32 조회 5,221

외신이 이른바 한국의 ‘정액 테러’ 사건을 조명하고 있다. 한국에서 정액 등 체액을 이용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사건이 늘고 있는데, 이를 성범죄로 처벌할 근거가 없다고 지적하면서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을 시작으로 영국 인디펜던트, 미국 유력 온라인 매체 인사이더에 이어 17일 인도 주요 매체 더타임스오브인디아도 다뤘다. 더타임스오브인디아는 정액 테러를 소개하면서 “일부 국가에서 만연하고 있는, 새롭고 추악한 형태의 성범죄”라고 했다.

가디언은 2019년에 발생한 정액테러 사건 처분 결과를 전했다. 타인의 신발을 정액으로 적신 남성에게 재물손괴죄로 벌금 435달러(약 50만원)가 부과됐고, 자신의 사랑을 거절한 여성에게 정액과 가래, 최음제와 설사약 등을 탄 커피를 총 54차례 제공한 남성에게도 성범죄가 성립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한국에서는 성범죄에 관대한 법원 판결과 사회적 태도가 ‘미투 운동’과 함께 최근 몇 년간 많은 비판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제 다른 사람에게 몰래 정액을 전달하거나 바르는 행위는 성범죄의 범주에 들어야 하는 적절한 사례가 됐다”고 했다.


처음 본 여성 옷에 정액 묻혀도 재물손괴
실제 한국에서는 ‘정액 테러’ 사건이 여러번 발생했다. 백혜련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 7월까지 전국에서 44건이 경찰에 접수됐다. 이 가운데 37건은 검찰에 송치됐고 3건은 수사 중지, 4건은 수사 중이다. 정액을 피해자의 신체에 직접 묻힌 행위는 추행으로 기소됐지만, 피해자의 물건이나 옷에 정액을 담거나 묻힌 경우는 성범죄가 아닌 재물손괴죄가 적용됐다. ▲회사에서 동료의 텀블러에 수차례 정액을 담은 경우 ▲학교에서 학생의 신발에 정액을 넣은 경우 ▲노상에서 처음 본 피해자의 상·하의에 정액 성분이 포함된 액체를 묻힌 경우 ▲피해자의 집 앞에 놓인 택배 상자를 열어 정액을 묻힌 경우 등이다. 가장 많이 발생한 테러 형태는 피해자의 가방에 정액이 담긴 콘돔을 넣은 경우였다. 역시 재물손괴죄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백혜련 의원은 가디언과 중앙일보에 “현재 ‘정액 테러’는 비록 전형적인 성범죄는 아니지만, 명백히 피해자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성범죄 행위라고 할 수 있다”며 “현행법에는 아직 이 행위를 다루는 명확한 규정이 없어 피해자 보호에 사각지대가 생기고 있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현행법은 신체 접촉을 수반한 추행이나 강간,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디지털 성폭력 등을 성폭력범죄로 규정한다. 백 의원은 “그동안 우리 법은 신체 접촉을 수반한 경우에만 성범죄로 인정해왔다. 그러다 ‘텔레그램 N번방’ 사태가 불거지면서 온라인 성범죄 방지와 처벌법이 1년 전 만들어지면서 디지털 성폭력도 형사 처벌이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성범죄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광범위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서는 성범죄자 등록되기도
미국은 어떻게 처분할까. 2017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에서도 ‘텀블러 테러’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라팔마의 한 회사에서 27세 남성 스티븐스 밀란이 동료 여직원의 물병과 컴퓨터 액세서리에 정액을 사정한 사건이다. 피해 여성은 체액이 담긴 물을 수차례 모른 채 마시기도 마신 것으로 전해졌다. 밀란은 성범죄로 기소됐고 2020년 정액 테러 혐의 등으로 2년 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성범죄자 등록도 됐다. 재판부는 “밀란은 성적으로 매우 공격적인 방식으로 피해자의 소지품을 감염시켜 감정적으로 황폐하게 만들었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2015년 미네소타주(州)에서도 동료의 커피에 정액을 넣은 남성이 성범죄로 기소됐다. 다만 이 사건은 법원에서 경범죄로 판단해 미네소타주 하원에서 체액 범죄에 관한 법률을 보강했다.

민성훈 미국 변호사는 “미국에서는 법이 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피해자가 성적으로 수치심이나 불쾌감을 느끼는 경우 재판부가 피해자의 관점에서 처벌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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