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킥보드 주차 규제 4주간 견인료 1억원, 총 4356건 적발
업체는 소비자 부담으로 약관 변경…불명확한 견인 기준으로 이용자 피해 우려무분별한 공유킥보드 주차로 인한 시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마련된 견인 규제의 비용이 이용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2021.1.12/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9616만원. 지난 7월 서울시에서 공유킥보드 주차 규제를 시작한 이후 4주간 발생한 견인 비용이다. 무분별한 공유킥보드 주차로 인한 시민 불편을 줄이겠다는 취지이지만, 이 같은 규제 비용이 이용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견인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책임이 이용자에게만 돌아가게 될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공유킥보드 업계에 따르면 현재 상당수의 업체들이 견인 비용을 이용자가 책임지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관련 이용 약관을 변경하거나 자체적인 벌금 제도를 운용하는 식이다.
◇"견인료는 이용자가"…약관 변경·자체 벌금제 운영하는 공유킥보드
'씽씽' '스윙' 등 공유킥보드 시장 점유율 상위 업체들은 지난달 서비스 이용 약관을 변경해 견인에 따른 이용자 책임을 명확히 했다.
씽씽은 지난달 27일 개정된 이용 약관을 통해 "주 정차 위반 차량 견인 등에 관한 조례 개정에 따라 그로 인해 부과되는 과태료 및 견인, 보관, 인수 등의 비용은 회원 본인이 직접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스윙의 전동킥보드 대여약관에도 "회원의 전동킥보드 운행 및 반납 과정에서의 법령 위반, 불법주정차, 방치로 인하여 발생하는 벌금, 과태료, 범칙금 및 견인, 보관, 인수에 소요되는 비용은 회원이 부담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지난 8월 변경된 씽씽의 공유킥보드 서비스 이용 약관. 견인 비용을 이용자가 직접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씽씽 서비스 이용 약관 갈무리) © 뉴스1
(스윙 공유킥보드 이용 약관 갈무리) © 뉴스1
업계 1위로 꼽히는 '지쿠터' 역시 지난달 앱 내 공지사항을 통해 "즉시 견인구역 불법주정차로 인해 킥보드가 견인될 경우 지쿠터는 해당 장소에 주차한 이용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을 이용자들에게 고지했다.
업체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벌금을 무는 경우도 있다. '킥고잉'은 자체 주차 금지 지역을 지정해 해당 구역에 공유킥보드 반납 시 3000원의 추가 반납 요금을 내도록 했다. 이 같은 정책은 지난해 7월16일부터 적용됐지만, 올해 7월 서울시 조례안에 맞춰 지하철역 출입구를 주차 금지 지역에 추가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5월 '서울특별시 정차·주차위반차량 견인 등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마련해 지난 7월15일부터 시행 중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서울시는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구역에 방치된 개인형 이동장치에 4만원의 견인료와 50만원 한도 내 30분당 700원의 보관료가 부과된다. 즉시 견인 구역은 차도, 지하철역 진출입로, 버스정류소 및 택시승차장 10m 이내 구역, 점자블록 및 교통약자 엘리베이터 진입로, 횡단보도 진입 구간 등 5곳이다. 또 일반 보도에 주·정차된 킥보드도 3시간 이내에 업체가 수거하지 않으면 견인된다.
◇4주간 견인료 1억원, 총 4356건…견인 기준은 불명확
서울시 미래교통전략팀에 따르면 조례안 시행 이후 7월15일부터 8월11일까지 4주간 견인 신고 접수 건수는 4374건으로, 견인 완료 건수는 총 4356건이다. 이 중 공유킥보드 업체 자체 수거 건수를 제외하고 견인 업체에 의해 견인된 건수는 2404건이다. 공유킥보드 업체에 부과되는 견인 비용은 4만원으로, 보관료를 빼고 계산해도 9616만원이 청구된 셈이다. 변경된 이용 약관에 따르면 약 1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이용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시와 업체들은 공유킥보드 이용 문화를 개선하고, 주차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원인 제공자인 이용자가 견인료를 부담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례는 견인에 대한 부분만 있지만, (이용자가 견인료를 내도록 하는 건) 렌터카 과태료가 업체를 거쳐 이용자에게 부과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퍼스널모빌리티 산업협의회(SPMA) 관계자도 "렌트카도 과속하면 과태료를 고객에게 부과하도록 하는데 그렇게 해야 이용자 문화 인식이 바뀌고 문화가 바뀐다"며 "업체가 다 대납을 하는 건 이용자 문화 조성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SPMA는 킥고잉, 빔모빌리티, 씽씽 등 14개사가 참여 중인 국내 공유 전동킥보드 산업 협의체다.
문제는 견인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즉시 견인 구역으로 지정된 장소의 범위가 구체적이지 않아 신고가 들어오면 견인 업체들이 공유킥보드를 일단 견인해 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견인 업체나 이용자가 정상 주차된 공유킥보드를 이동시켜 견인을 유도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서 공유킥보드 업계는 서울시 조례안 시행에 앞서 전동킥보드의 특수성을 고려해 규정을 기계적으로 적용하기보다 구체적 사안에 따라 개별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견인 업체의 무분별한 견인 집행이 우려되며, 경형 자동차와 동일하게 책정된 견인료가 합당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견인보다는 기기를 올바른 곳으로 재배치하는 게 실효성이 높을 거라는 입장이다.
지난 7월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역 인근에서 송파구청 관계자들이 불법 주·정차 전동킥보드를 단속 및 견인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부터 성동구·송파구·도봉구·마포구·영등포구·동작구 6개 자치구에서 불법 주·정차된 공유 전동킥보드를 견인을 시작했으며 견인된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에는 견인료 4만원과 보관료(30분당 700원)가 부과된다. 2021.7.15/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달 업체들과 간담회를 거쳤고, 견인 기준을 세분화해서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어 이에 대한 점검 및 논의를 진행 중이다"며 "업체에서 이용자에게 즉시 견인과 관련해 명확하게 안내하고, 반납할 때도 지하철 입구에 반납이 안 되도록 시스템 요구하는 등 자정 노력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씽씽 관계자는 "이용자에게 견인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이용 약관을 바꿔 놓긴 했지만 애매한 부분이 있어 아직 이용자에게 벌금을 물도록 한 사례는 없다"며 "명백하게 불법 주정차 구역에 주차했다면 모르겠는데 견인 업체들의 부정행위가 없지 않아 있다"고 말했다.
◇"주차 질서 확립 필요" vs "라스트마일 이용 수단에 부적합한 규제"
업체 차원에서 반납 벌금을 무는 데도 한계가 있다. 현재 공유킥보드 반납 시스템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이뤄지는데 GPS 기반 위치 정보가 오차가 있기 때문이다. 정상적으로 주차를 해도 주차 금지 구역으로 인식돼 벌금이 부과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평소 공유킥보드를 자주 이용하는 이모씨(34)는 "규제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너무 화가 난다"며 "똑같은 위치에 반납해도 어떤 날은 벌금이 부과될 때도 있고, 그냥 반납될 때도 있다. 위치 추적을 잘 못 하는 건지 오락가락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이 씨는 "공유킥보드가 지하철이 커버하지 못하는 짧은 거리를 연결해주는 라스트마일 모빌리티로써 의미가 있는 건데 지하철역 주변을 규제해버리면 어쩌라는 건가 싶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킥고잉'에서 시행 주인 자체 주차 위반 벌금 정책. (독자 제공) © 뉴스1
자체 주차 위반 페널티 정책을 시행 중인 킥고잉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즉시 견인 구역으로 지정해놓은 건 GPS로 잡기 어려울 만큼 촘촘하며, 현재 지하철 출입구 정도만 막아 놓은 상태"라며 "고층 빌딩이나 유리가 많은 도심에서는 GPS 신호 오차가 많을 수밖에 없는데 시민 불편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어 많은 컴플레인을 감내하고 결정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어 "퍼스널 모빌리티가 라스트마일 모빌리티라고 해서 대중교통에서 목적지까지 끝단을 책임지는 이동수단인 건데 지하철 입구를 못 대게 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고, 지금도 소비자 컴플레인을 받는 부분 중 하나"라며 "누군가에게 불편이 된다면 해야 된다고 생각해 시범적으로 정책을 적용한 건데 정확한 위치 측위가 가능한 방안이 없는지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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